의형제 (11/14~11/19)
2013-02-14
조회 2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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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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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형제 (2010/ 15세/ 116분)
데뷔작 <영화는 영화다>로 평단과 관객의 호응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은 장훈 감독은 두 번째 영화로 <의형제>를 선택했다. <의형제>는 의미 있는 문제의식이 조합된 영화다. 남파 공작원 지원(강동원)과 국정원 요원 한규(송강호)가 주인공이라는 점에서 분단 문제를 화두로 삼고 있다는 것이 드러난다.
분단문제란 민족 감정을 건드리는 것으로 일단 문제의식 측면에서 유의미하다. 뿐만 아니라 한규는 지원을 통해 간첩망 일망타진의 포상금을 노리고 신분을 숨긴 채, 지원을 자신의 생업에 끌어들인다. 그런데 한규의 생업이 바로 도망간 베트남 신부를 찾는 흥신소 일이어서 이주노동자와 결혼 이주여성 문제도 함께 다루고 있는 셈이다. 이 영화가 영리한 점은 이러한 무거운 문제의식을 바닥에 깔고 전면에는 두 남자의 관계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점이다.
특히 이 영화는 남파 공작원 출신과 국정원 출신이라는 적일 수밖에 없는 관계가 어떻게 형제처럼 친숙하며 아끼는 관계로 변화해 가는가에 핵심을 두고 있다. 이 두 사람은 서로 상대방이 자신의 신분을 모르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관객들은 알고 있다. 관객의 절대적 우위, 여기에서 재미가 나오는 것이다.
그래서 관객들은 이 두 사람이 서로에 대해 조금씩 알아가는 과정에 쾌감을 느끼게 된다. 인물이 느끼는 긴장감에 관객들도 함께 놀라고 긴장하게 만드는 것이 이 영화의 묘미다. 한규와 지원은 서로가 관찰자이자 관찰 당하는 자이다. 끊임없이 이 두 사람은 서로의 동태에 대해 민감하다. 나가도 어디로 나가는가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들어와도 언제 자신에게 칼을 들이댈지 몰라 생명의 위협을 느끼기도 한다.
그런데 관찰을 그만두게 되는 지점이 오게 된다. 그동안 생업을 함께 하며, 함께 기거하면서 그들은 이미 적이 아니라 가족이며 동지가 되었다. 한 마디로 정들어버린 것이다. 정든 사람에게 긴장하는 사람은 없다. 한규는 지원과 함께 차례 상을 앞에 두고 무장해제를 해 버린다. 순간 지원도 당황하지만 이제 이들에게 이념이나 출신은 중요하지 않게 되어 버렸다. 그들이 함께 일하며 먹고 잔 날이 얼마인가. 이념은 멀고 정은 가깝다. 지원을 잡으려는 국정원 사람들을 앞에서 한규는 지원에게 피를 나눈 형제처럼 보호막이 된다. 지원 역시 마찬가지다.
<의형제>는 함께 몸을 부딪히며 살아가는 육체적 삶이 이성으로 판단하는 정신적 삶보다 인간에게 훨씬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가 된다는 것을 말하는 영화이다. 또한 이 영화는 가장이란 가족들을 위해 어떤 일도 할 수 있다는 처절한 의지를 보여줌으로써 이념문제를 떠나 리얼리티를 획득한다. <의형제>는 적과의 동침이 빚어내는 긴장과 해학의 드라마로 국내에서는 한국영화평론가협회 감독상, 남우연기상 등을 수상했다.
▶ DVD 찾아보기: 의형제 [비디오 녹화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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