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두(1990, 15세, 94분)
1988년 <붉은 수수밭〉으로 데뷔하자마자 베를린 영화제에서 금곰상을 수상한 장이모 감독은 〈국두〉로 1991년 아카데미상에 노미네이트 되었고 〈홍등〉(1991)으로 베니스 영화제에서 은사자상, 〈귀주 이야기〉(1992)로 1992년 베니스 영화제에서 금사자상을 수상했으며, 〈인생〉(1994)으로 칸 영화제에서 심사위원 대상과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동양인으로서는 세계적인 영화제에서 가장 많이 수상한 감독이기도 한 장이모 감독은 인간의 근원적인 욕망을 중국 전통적인 정서 속에 잘 담아내고 있다. <국두> 역시 중국의 전통적 염색공장을 배경으로 공장 2층에 길게 드리워진 염색된 천의 뛰어난 색채감이 돋보이는 영화이다. 이 영화는 염색 공장주인 양금산이 50이 넘어 사온 젊은 처녀 국두(공리)를 폭행을 하며 못살게 군다는 것을 소재로 삼았다는 점에서 페미니즘 요소도 엿볼 수 있다.
이 영화는 가난과 성적 욕망 등이 얽히고설키면서 파멸의 구조로 치달아가는 과정이 마치 김동인의 <감자> 같은 192~30년대 한국 근대문학에서 주로 다루었던 주제와 흡사하다고 볼 수 있다. 그만큼 장이모 감독은 당대 사람이지만 근대적 정서에 천착하고 있다.
2010년 부산영화제 개막작인 <산사나무 아래>에서도 역시 문화혁명기 첫사랑을 근대적 정서로 그리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러나 장이모 감독의 영화가 주는 인상적인 장면과 강렬한 주제의식은 그의 어느 영화에서도 나타나는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남편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국두의 모습을 매일 훔쳐 보던 금산의 조카 천청은 상처투성이인 그녀에게 애정을 느낀다. 금산이 집에 없는 어느날 천청과 국두는 사랑을 표현하는데, 국두가 천정보다 훨씬 적극적이다. 그들의 사랑으로 다음해 여름 천백이 태어난다. 양금산은 둘의 불륜을 눈치채지 못하고 자신의 아들이 태어난 것으로 생각하여 기뻐한다.
그러나 이후 국두와 천청은 대놓고 중풍으로 쓰러진 금산에게 화를 돋운다. 금산은 천백이 자기 아이가 아닌 것을 알고 염색통에 떨어뜨리려고 한다. 그 순간 천백이 "아버지"라고 부르자 감동한 금산은 기쁨을 감추지 못한다. 불륜의 씨인 천백은 무서운 구석이 있다. 금산이 실수로 염색통에 빠져 죽어가자 웃는가 하면 자라면서 천청과 국두와의 관계를 알게 되고 그들을 증오한다.
<국두>는 인간의 성적 욕망으로 얽힌 비극을 중국 전통적인 정서에 담아 표현하고 있는 서사적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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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주 영화 : 2010년 칸 영화제 각본상 수상작인 이창동 감독의 <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