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란서생>(2006)
한국영화의 시나리오 중 스토리 자체가 이야기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에 초점 둔 경우는 거의 없다. 소위 소설쓰기에 관한 소설, 즉 메타픽션적 요소는 서구에서도 모더니즘의 중요한 요소인데, <음란서생>(2006)은 소설이 창작되고 소비되는 독자와 저자의 관계를 그린 매타픽션적 특성을 지닌 창작 시나리오다.
<음란서생>에 있어서 조선시대 당대 문장가 선비인 윤서(한석규)가 음란소설을 쓰는 과정, 또 독자들이 소설을 기다리고 황가가 유통시키는 과정 등은 창작물이 생산되고 유통소비되는 과정을 비유적인 에피소드로 유머러스하게 보여준 점이 높이 살 만하다. 이는 <정사>, <반칙왕,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 그리고 최근 개봉한 <방자전> 등의 시나리오를 쓴 김대우 감독의 재능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시나리오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멋진 대사와 캐릭터를 잘 살리는 것이다. ‘진맛’이나 ‘신묘막측’이라는 유장한 대사와 함께 ‘댓글’, ‘동영상’, ‘폐인’ 등의 대사는 이 영화가 사극을 표방했지만, 현대적인 요소를 담고 있다는 점을 말해 준다. 바로 유머러스한 대사와 상징성이 <음란서생>의 시나리오가 우리 영화사에 사극영화를 진일보시킨 영화라는 것에 의견을 달리하기가 어렵다.
제목의 ‘음란’이라는 단어는 프로이트적으로 말하면 인간의 리비도에 해당하는 본능으로 선비 윤수가 엄격함의 대표처럼 보이는 조선 시대의 양반의 신분이라는 가식적인 모습을 벗고 순수한 본연의 모습으로 해방된 자아를 찾아가는 과정을 상징한다.
<음란서생>은 화면도 화려하고 멋진 비주얼을 보여준다. 그래서 이 영화는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에서 미술상, 각본상, 신인감독상을 수상했고, 청룡영화상 미술상, 대한민국영화대상 미술상, 대종상 영화제에서도 의상상, 백상예술대상에서 신인감독상 등을 수상함으로써 국내 대부분의 영화상의 미술상, 신인 감독상을 휩쓸었다.
▶ DVD 찾아보기: (조선을 뒤흔든… 淫亂書生)음란서생 [비디오녹화자료]
▶ 원작 찾아보기: (2006) 한국 시나리오 선집. 제24권, 2006년도 선정 작품
다음 주 영화 : 1990년대 아프리카의 내전을 배경으로 다이아몬드 밀거래를 그린 전쟁 스릴러물 <블러드 다이어몬드>( 교양교육원 의사소통센터 황영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