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임 낫 데어>(2008)
<시민 케인>이라는 오손 웰즈 감독의 걸출한 영화는 언론재벌 케인이 죽은 뒤 그의 삶을 추적하는 전기영화를 통해 사람들이 알고 있는 케인의 겉모습과 그의 내면이 얼마나 달랐는가를 조명했다. <파 프롬 헤븐>을 만들었던 토드 헤인즈 역시 저항음악으로 시대의 양심을 대변한 음유시인 밥 딜런의 전기영화를 만들면서 우리가 알고 있는 밥 딜런과 실제의 모습은 다르다는 데서 출발했다. 많은 감독들이 밥 딜런의 전기를 영화로 만들고 싶어했지만, 밥 딜런이 허락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런데 토드 헤인즈의 기획은 밥 딜런의 마음에 꼭 들었고 영화는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허구는 사실보다 더 많은 진실을 내포한다’는 버니니아 울프의 말처럼 픽션이 밥 딜런의 정체성의 진실에 더 근접하기 때문일 것이다.
<아임 낫 데어>(2008)는 ‘나는 거기 없다’는 제목으로 밥 딜런을 재구성해냈다. 나이, 외모, 인종, 성별이 다른 배우를 동원하여 밥 딜런에 대한 초상을 그려냈다. 떠돌이 흑인소년 우디(마커스 칼 프랭클린), 포크계의 스타 잭(크리스천 베일)과 가스펠을 부르는 목사 존(또 크리스천 베일),잭을 연기하는 영화배우 로비(히스 레저), 기자회견과 공연을 전쟁처럼 치러내는 록가수 주드(케이트 블란쳇), 무법자 빌리 더 키드(리처드 기어), 자신을 아르튀르 랭보라고 소개하는 스무살 청년(벤 휘쇼)라는 일곱 명의 각기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옴니버스식으로 연결하여 구성된 이 이야기에서 각자 다른 인물들은 모두 밥 딜런을 상징한다.
특히 밥 딜런의 발랄하고 거침없는 캐릭터를 표상하는 남자 주드는 여자배우 케이트 블란쳇이 연기했다. 관객 누구도 주드가 여자배우라고 생각하지 못할 정도로 잘 어울리는 배역이었다. 밥 딜런의 음악으로 채운 이 영화는 음악만으로도 관객을 매료시킨다. 반전노래로 너무나 유명한 밥 딜런의 뿐만 아니라 59곡이 밥딜던의 육성과 후배 가수들에 의해 불려진다.
▶ DVD 찾아보기: 아임낫데어 [비디오 녹화자료]
다음 주 영화 : 베를린영화제에서 1995년 최우수 감독상을 수상했던 멜로 영화 <비포 선라이즈>(의사소통센터 황영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