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형제여 어디에 있는가?> (2000)
제80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에단 코언과 조엘 코언 형제 감독이 만든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가 감독상, 작품상, 각색상과 냉혈한 살인마로 출연한 하비에르 바르뎀이 받은 남우조연상까지 4개부문에서 수상했습니다. 코언형제는 언제나 세상과 인간에 대한 풍자를 자신들만의 철학과 스타일에 담아 세상에 내놓았습니다.
호머의 <오디세이>에 나오는 율리시즈의 모험담을 패러디한 <오! 형제여 어디에 있는가?>는 서양 문화의 기본적 코드라고 할 수 있는 그리이스 문화인 헬레니즘과 기독교 문화인 헤브라이즘이 바탕으로 깔려 있는 로드 무비입니다. 이 영화는 1930년대 대공황기 미국의 근대사 속에서 이 모든 코드를 풀어놓고 있습니다. 이 영화에서 코언형제가 보여주는 철학은 인생을 관조하는 운명론입니다. 쇠사슬에 함께 묶인 죄수인 율리시즈(조지 클루니 분)와 델마(팀 블레이크 넬슨 분)과 피트(존 터투로 분), 그리고 기타리스트 타미 존슨와 자신의 의미조차 찾을 수 없는 경찰에 쫒기는 은행강도 조지 넬슨 등 이 영화의 등장인물은 하나같이 한심한 사람들입니다. 이런 인간들이 벌이는 모험이란 코미디일 수밖에 없습니다.
코언 형제는 이런 인간들을 통해서 세 층위에서 운명론을 꿰고 있습니다. 첫째는 기독교적 관점입니다. 길을 가던 도중 델마와 피트가 침례를 받고 구원받았다며 기뻐하는 장면에서뿐만 아니라, “촌뜨기들”이라고 급조된 트리오가 부르는 노래 가사에서도 ‘구원’이나 ‘천상’이라는 단어가 나옵니다. 또한 율리시즈의 집에 잠복해 있던 경찰이 율리시즈 에버릿 일당을 목매달려는 순간, 그들은 진정으로 하나님께 구원을 청하게 되고 기적처럼 댐공사로 동네전체가 수몰되어 모두 물에 잠기게 되는 것 역시 침례를 통해서 인간이 구원받는다는 것을 상징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둘째는 서사적 원형인 <오디세이>가 갖고 있는 운명론적 관점입니다. 코언 형제는 보편적인 줄거리를 비틀고 다시 읽어내고 있습니다. 인간존재와 시간, 운명이라는 거대서사, 즉 우리는 어디에서 오며, 우리가 살아가는 동안 무엇을 하며, 어디로 가는지에 대한 인간생활 전과정을 보여줍니다.
셋째로는 눈먼 노인의 예언입니다. 이 영화의 초반부에 등장하는 눈먼 노인의 예언은 이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메시지를 말해줍니다. “그대들은 부를 찾아 길을 떠나왔군. 사슬에 묶인 세 친구여 부는 얻을 게야. 그대들이 찾던 부는 아니지만 우선은 길고 험한 여행을 해야 해……그러나 긴 여로 끝에 구원이 있어”라고 말합니다.
또한 이 영화는 자본주의와 매스컴 그리고 정치인에 대한 코언식 비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기독교적 관점이나 <오디세이>라는 신화적 코드 속의 운명론을 로드무비라는 장르에 담아 코엔이 새롭게 첨언한 이야기는 1930년대 미국의 근대사에 대한 풍자와 조롱입니다. 그럼으로써 코언은 자본주의와 방송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는 오늘날 우리의 모습을 비판하고 인생전체를 운명론적 관점에서 재조명하고 있습니다.
▶ DVD 찾아보기: O brother where art thou? [비디오녹화자료] =오 형제여 어디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