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넬 모차르트 (2011/ 12세/ 120분)
같은 실력과 재능을 가졌어도 여성이기 때문에 실력과 재능을 펼치지 못한 여성들은 역사적으로 많이 있다. 버지니아 울프는 『자기만의 방』에서 셰익스피어처럼 문학과 연극적 재능이 있었던 셰익스피어의 누이동생이 아버지의 결혼강요를 피해 런던으로 갔으나, 셰익스피어처럼 성공하기는커녕 객사했을 것이라는 가상을 서술하여 재능 있는 여성이 어떻게 시대의 희생이 되는지를 피력한 바 있다. 음악에 있어서 신동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의 누나인 나넬 모차르트는 실제로 그러한 희생자다.
볼프강 모차르트의 누나이자 그가 재능을 펼칠 수 있도록 많은 도움이 되었던 나넬은 가정에서부터 차별을 받았다. 모차르트 남매는 3년간 유럽 순회 공연을 함께 하면서 천재적 실력으로 세상의 주목을 받지만, 그녀의 아버지는 오로지 아들인 모차르트만에게만 작곡을 가르쳤고, 나넬이 모차르트를 위해 희생을 하도록 강요했다. 영화는 나넬의 음악적 천재성과 철저하게 남성중심주의였던 당대의 비극을 자세히 묘파한다.
이 영화는 여성이 재능을 펼칠 수 없도록 만든 당대의 모습을 여러 측면에서 조망한다. 당시 연주를 통해 모차르트 집안은 프랑스의 왕가와 가깝게 지냈던 것으로 묘사된다. 왕궁에서의 연주에는 여성은 출입이 안 되기에 나넬이 남장을 하고 연주하게 되는 장면이라든가, 모차르트 일가가 연주여행 중 만나게 되었던 궁에서 쫓겨나 수도원에서 생활했던 프랑스 공주들의 삶의 모습이 바로 그런 점을 강조한다. 프랑스공주들 역시 궁에서 호화롭게 사는 왕자와는 달리 차별을 받고 고생을 하는 것을 보여주면서 남녀차별이 심했던 당시의 모습을 드러낸다.
르네 페레 감독은 모차르트 가족들이 교환했던 18세기 낡은 편지 속에서 나넬 모차르트를 발견하고 그녀의 재능을 영화화했다. 이 영화는 당대의 음악을 배경으로 프랑스 궁궐과 귀족들의 화려한 모습을 통해 눈과 귀가 황홀해지는 경험을 하게 하면서도 페미니즘의 귀중한 메시지를 전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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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넬 모차르트
▶ 다음 주 영화 : 이탈리아의 멋진 풍광 속에 여성의 정체성 회복을 그린 <투스카니의 태양>(기초교양학부 황영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