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판 (3/21~3/26)
2013-0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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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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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판(1962, 118분)
밀란 쿤데라는 『소설의 기술』이라는 책에서 “ 카프카는 벽을 넘은 사람이 아니라, 벽에 구멍을 뚫은 사람이다”라고 하였다. 그만큼 카프카는 우리의 상식을 뒤엎은 독창적인 세계를 구현했다. 주인공이 벌레로 변신한 상황을 그린 <변신>, 측량기사로 임명한 K를 정작 ‘성’안으로 들여보내지 않았던 『성』뿐만 아니라, 『소송(심판)』에서는 무슨 죄목인지도 모른 채 소송을 당한 K의 상황을 그리고 있다.
겉보기에는 별 문제 없는 은행원인 요세프 K에게 어느 날 갑작스럽게 닥친 소송은 그를 당황하게 만든다. 이 작품에서 독특한 점은 요제프의 죄가 무엇인지를 말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익명의 죄’인 것이다. 심지어 요제프의 첫 심리를 맡은 예심 판사조차도 그의 죄목을 모른다. 그런데 카프카가 벌여 놓은 판을 실제라고 생각하면 곤란하다. 카프카가 상정한 소송 상황은 인간을 옥죄는 사회의 억압 자체를 상징하고 있는 듯하다.
요세프와 여성들과의 관계도 실제로 있는 관계가 아니라 요세프의 내면의 성적 욕망을 그린 것으로 봐도 무방하다. 이러한 부조리 소설을 독해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래서 대부분 영화화된 작품을 보면 그래도 소설보다는 독해가 수월하다.
그런데 오손 웰스가 만든 <심판>은 소설보다 결코 독해가 수월하지 않다. 작품의 상황을 화면에 현실적으로 구현한 것이지만, 소설의 상징적이며 그로테스크한 분위기를 살려 초현실적으로 표현했기 때문이다. 영화는 소설과 결말이 다르다. 더 직접적으로 주인공을 죽인다. 영화 <심판>은 오손 웰스가 영화에서 추구하는 미학의 지향점을 보여주는 영화다.
▶ DVD 찾아보기 : 카프카의 심판 [비디오녹화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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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주 영화 : 도스토예프스키의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을 영화화한 <카라마조프의 형제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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