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라의 계곡>(In the Valley of Elah, 2007년 제작, 2009년 한국개봉)
힘이 없는 개인이 공권력이나 기존의 세력과 대립하는 내용을 다루는 영화는 적지 않다. 대부분의 그런 주제의 영화는 개인이 승리함으로써 공권력이나 기존 세력의 부패나 단점이 부각되는 구조로 되어 있다. <엘라의 계곡>(In the Valley of Elah, 2007년 제작, 2009년 한국개봉)은 제목인 ‘엘라’(Elah)가 구약성경에서 이스라엘의 다윗이 블레셋 군대의 골리앗을 물리친 곳이라는 측면에서 이미 거대한 공권력과 세력과 싸워 이긴 개인의 이야기를 상징하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엘라의 계곡>은 개인의 승리에 초점 맞춘 것이 아니라, 이라크 전이 참전 병사들의 영혼을 얼마나 파괴하는가에 초점 맞추고 있다.
이 영화는 <밀리언 달러 베이비>, <아버지의 깃발>, <이오지마에서 온 편지> 등에서 작가로서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과 호흡을 맞춘 바 있는 폴 해기스가 직접 감독한 영화이다. 폴 해기스가 감독한 영화로 <크래쉬>라는 걸출한 영화가 개인과 개인이 부딪히는 상황의 갈등을 그린 영화라면, <엘라의 계곡>은 개인과 사회의 갈등을 그린 영화다.
<엘라의 계곡>은 베니스국제영화제의 경쟁부문에 진출했으며, 이라크에 파병됐다가 아들이 귀국 도중 행방불명된 아들을 찾는 주인공 역할을 맡은 헌병 출신인 행크 디어필드 역의 토미 리 존스가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수상하게 만든 작품이다. 이 외에도 <엘라의 계곡>의 출연진은 화려하다. 여수사관 샌더스 역의 샤를리즈 테론, 아내 역인 스잔 서랜든 등 연기파 배우들의 차분한 연기가 영화의 깊이를 더해준다.
전직 군경찰이 이라크로 파병됐던 자신의 아들의 살해 미스터리를 풀어가는 이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이 영화에서는 차를 타고 지나가다가도 미국의 국기가 똑바로 게양되어 있지 않은 관공서에 들어가서 국기를 바로 잡아줄 정도로 애국심이 투철한 사람이었던 행크가 영화의 엔딩 부분에 가면 국가에 대한 불신으로 미국이 위기에 처했음을 상징하는 국기를 거꾸로 달아놓는 사람으로 변모하는 과정이 의미심장하다.
▶ DVD 찾아보기: 엘라의 계곡 [비디오 녹화자료]
다음 주 영화 : <스캔들>의 각본을 썼고, 최근 개봉작 <방자전>을 감독한 김대우의 감독 데뷔작 <음란서생>(의사소통센터 황영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