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덜레이>(2005)
냉소와 풍자의 달인 덴마크의 감독 라스폰트리에가 만든 미국 3부작 중 <도그빌>에 이은 두 번째 작품인 <만덜레이>(2005)는 미국 남부의 오지마을 만덜레이라는 가상의 마을에서 벌어지는 노예제도의 비극과 민주주의의 구조에 대한 우화입니다. <브레이킹 더 웨이브>로 칸영화제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했고, 2000년에 <어둠 속의 댄서>로 역시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던 라스폰트리에는 여전한 풍자정신으로 간결한 무대를 통해 정치적 알레고리를 실험하고 있습니다. 그는 ‘노예들이 해방 후 오히려 더 굶주리게 되자 다시 주인에게 돌아가고자 하나 주인은 이를 거부하고 노예들은 그를 죽인다’는 이야기에 매료되어 이 영화를 만들었다고 합니다.
도그빌을 떠나 만덜레이에 도착한 그레이스는 노예제도의 굴레에 묶인 채 백인 주인에게 예속된 한 무리의 흑인들을 보게 됩니다. 그녀는 아버지에게 이 마을에 머물러 제도를 고치겠다고 결심합니다. 그러나 마을사람들은 노예제도가 폐지되고도 여전히 구습에 얽매어 누군가가 구속해주기를 원합니다. 또한 그들이 선택한 민주주의 방식은 자유의 방만과 오해와 폭력이 뒤섞인 채 주민들은 여전히 수동적으로 방황할 뿐입니다. 게기에다 거짓과 속임수가 주민들과 그레이스를 괴롭힙니다. 라스폰트리에는 선한 인물이 어느 날 타락하거나 이기적인 인물임이 여실히 밝혀지면서 어느 누구도 절대적으로 선한 인물이 되지 못하게 설정해 놓습니다. 주인공마저도 이를 비켜갈 수 없도록 만듭니다. 아무리 좋은 제도도 그 제도 자체가 가진 문제로 인해 사람들을 억압하며 나쁜 제도로 되어가는 과정을 절묘하게 포착하는 라스폰트리에의 비판적 시선은 <만덜레이>에서 여실히 나타납니다. 상징성이 강한 정치적 우화인 <만덜레이>가 우리에게 던져주는 문제는 우리가 오늘날 여전히 고민해야 하는 쟁점입니다. 사물이나 인간, 현상 속에 담겨진 이중적 면을 라스폰트리에만큼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감독은 더 이상 없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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