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키키브라더스>(2001)
2008년 영화<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으로 우리에게 많은 감동을 주었던 임순례 감독의 두번째 장편 작품인 <와이키키 브라더스>(2001)는 삼류밴드의 서글픈 삶의 모습을 통해 우리 삶의 단면을 리얼하게 보여주는 영화입니다. 임 감독의 장편 데뷔작인 <세친구>(1996)가 고등학교를 졸헙하게 되는 비주류 청년들의 희망없는 삶을 그린 것에 비해 <와이키키 브라더스>에서는 다소 희망적이라고 볼 수 있지만, 삶의 페이소스와 부조리를 꿰뚫는 통찰력 있는 임순례 감독의 시선은 여전합니다. 임순례 감독은 영화에서 형식적 재간보다는 처절한 삶의 모습을 그대로 재현하는 리얼리스트입니다. 그런데 임 감독의 시선을 통과한 리얼이기에 냉소적이며 비판적입니다.
<와이키키 브라더스>의 주인공 성우는 고등학교부터 밴드에서 기타를 연주했습니다. 함께 밴드에서 연주했던 친구들은 각자 다른 삶의 모습에서 찌들어가는 생활인이 되었고 성우는 나이트클럽이나 단란주점에서 연주를 하며 생활합니다. 친구들은 '너는 그래도 음악을 하면서 사니까 우리들보나 낫잖아'라고 말하곤 하지만 성우의 삶 앞에 놓인 고단현 현실 또한 만만치 않습니다.
이 영화의 압권은 두 장면입니다. 가장 강렬하게 남는 장면은 성우가 단란주점에서 손님의 주문으로 옷을 벗은채 기타를 연주하면서 노래방기기 화면에 나오는 바닷가 풍경에 시선을 보내면서 고향 앞 바닷속으로 친구들과 함께 첨벙첨벙 뛰어 들며놀던 모습을 떠올리는 장면입니다. 그렇게 순수하고 즐거웠던 청소년 시절과는 너무나 대조적인 서글픈 현실 앞에 놓인 성우를 보며 관객은 코끝이 찡해지지 않을 수 없습니다. 또 한 장면은 엔딩부분입니다. 성우의 첫사랑이었던 인희가 다시 합류하여 밴드의 싱어가 되어 '사랑밖에 난 몰라'를 부르는 장면입니다. 삶의 누추한 측면이 페이소스로 관객의 가슴을 울리는 이 장면에서 절망과 희망이 교차됩니다.
임순례 감독은 우리가 눈감고 싶은 현실의 모습을 직시하라고 눈앞에 들이댑니다. 그런 삶의 모습이 바로 우리 자신의 모습이라고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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