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의 미로 : 오필리어와 세 개의 열쇠 (2006)
어른을 위한 판타지 동화인 <판의 미로>는 스페인 감독인 길예모르 델 토로가 각본과 감독을 맡아 제작한 2006년 영화입니다. 칸영화제에서 호평을 받았고, 2006년 뉴욕비평가협회상에서 촬영상, LA비평가협회상에서 미술상, 2007년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촬영상, 미술상, 분장상을 수상한 바 있습니다. 수상부문만을 봐도 이 영화가 미술이나 의상 분야에서 얼마나 독특한가를 짐작할 수 있을 것입니다.
대부분의 판타지 영화는 주요 공간 자체가 <반지의 제왕>이나 <헤리포터>처럼 현실 공간이 아닌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판의미로 : 오필리어와 세 개의 열쇠>는 철저하게 현실공간을 바탕으로 하고 있고, 스페인 내전으로 인한 민병대와 프랑코 독재하의 정부군 간의 치열한 전투가 리얼하면서도 처절하게 그려지고 있습니다. 1940년 전후에 실제로 있었던 끔찍한 역사적 현실을 한 상상력이 풍부한 소녀인 오필리어가 극복하는 방식이라고 본다면 판타지를 너무 현실화한 것이겠지요? 이 영화는 현실과 환상이 공존하는 공간에서 벌어지고 있습니다. 그리면 어디든 문이 되는 분필은 현실 공간을 판타지 공간화합니다. 임신한 어머니와 냉혹한 정부군인 새아버지집으로 들어와 살게 된 오필리어에겐 현실의 모든 공간이 현실이면서도 동시에 판타지입니다. 이 영화는 아이들이 보기에는 잔혹한 장면이 너무 많습니다. 민병대를 고문하는 장면이라든지, 입이 찢어진 새아버지가 혼자서 입을 꿰매는 장면 등 피와 고통이 뒤범벅된 기괴하고 음습한 현실을 반영하듯 영화는 무척 어둡습니다. 조명도 누아르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로우-키-라이팅을 사용하여 전체적으로 어둡고 무겁습니다. 뿔달린 판의 기괴한 모습도 영화의 어두운 면을 더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어두운 현실도 아름다운 마음이 극복할 수 있듯, 오필리어의 깨끗하고 순수한 마음은 암울한 현실을 처절하게 이겨냅니다. 이 영화를 한 소녀의 환상이라고 보든, 아니면 판타지의 세계로 보든 그 판단을 영화는 열어놓고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사랑과 희생의 메시지가 공감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 DVD 찾아보기: 판의 미로 [비디오녹화자료] :오필리아와 세 개의 열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