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

이수영의 시는 어느 시편을 인용해도 좋을 만한 일관된 균질성을 확보하고 있다. 수묵처럼 번져가는 언어를 통해 그녀의 시는 선명한 주제의 응집성을 보여주고 있다. 그 언어는 우리로 하여금 가장 근원적이고 궁극적인 시간의 형식을 경험하게 하고, 그것만으로도 우리의 기억 속으로 서서히 번져갈 만한 힘을 가지고 있다. 물론 그녀의 시적 흐름은 날카로운 단층(斷層)을 드러내는 단속적 세계가 아니라 부드러운 곡선으로 보이는 연속성의 세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