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가지 주목할 것은, 10세기에서 14세기에 이르는 기간에 존재했던 동북아시아의 여러 크고 작은 왕조들 중 가장 끝까지 정부로서의 조직과 독자적인 권력을 유지한 것은 고려왕조가 유일했다는 점이다. 몽고(元) 왕조가 북중국과 남중국을 하나의 통일된 정치체로 통합하고 더 나아가 중앙아시아와 동부 유럽을 포괄하는 광대한 대제국을 건설하였을 때에도, 고려는 여전히 독자적인 통치 기구와 권력을 유지하였으며, 심지어 몽고 제국이 와해된 이후에도 살아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