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현정 시인의 아홉 번째 시집 『라데츠키의 팔짱을 끼고』는, 문헌과 풍경, 말과 글, 사막과 초원, 산록과 바다, 시와 신화와 별자리, 정치와 역사와 종교, 우주와 시원始原, 분단과 통일, 고대와 현대, 국경과 전쟁과 혁명의 흔적을 찾아 나서는 커다란 스케일의 모험과 극한의 답파踏破 기록이다. 시인은 “햇살과 나무와 사람들은 구름으로 흐르고/ 내일의 꿈들은 상상보다 먼저 날아가”고 있는 순간을 지극한 상상력과 열정으로 담아내면서, “살아 있다는 것은/ 먼저 간 사람의 몫까지 더 멀리 깊이 가보라는 행진곡”(「시인의 말」)이라고 은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