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

이 책은 조선시대 과거시험의 실상을 상세하게 조명함으로써 그것이 지니는 현대적 교훈과 의미를 진단하였습니다. 우리 역사에서 어느 시대나 시험은 있었습니다. 비록 그 대상이 제한적이기는 했지만 신라에는 독서삼품과가 있었고, 고려 광종이 중국으로부터 도입한 과거는 시험의 혁명적 사건이었습니다. 고려가 도입한 과거제가 한국사회에 뿌리를 내리기까지는 약 400년의 세월이 걸렸고, 문치를 표방한 조선은 이를 우리 실정에 맞게 고치고 다듬어서 최고 권위의 인재선발 제도로 정착시켰습니다. 이 점에서 과거는 조선사회를 이해하는 핵심어임이 분명합니다. 이 책은 과거의 긍정성에 초점을 맞추면서 국가경영과 과거의 상관성을 드러내고자 했습니다. 개인의 능력을 중시했던 과거제는 자연스럽게 신분성을 축소했다는 점에서 근대성을 내포하고 있었고, 공부와 교육의 중요성을 더욱 고양함으로써 조선의 지식문화 수준을 한 단계 격상시켰습니다. 무엇보다 관료가 되고자 하는 이들에게 공직자로서 갖추어야 할 유교적 기본 자질은 물론 국가운영의 현안과 고충을 해결하기 위한 해답과 지혜를 얻으려 했다는 점에서 바람직한 인재 선발방식이었습니다. 이 책은 크게 세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1장에서는 과거제도의 역사와 기원을 제도적 측면에서 구성하여 과거에 대한 이해를 도왔습니다. 2장에서는 과거의 생활문화사적 측면을 그려보았다. 3장에서는 시권을 통해 국가경영의 현안과 지혜를 들여다보았습니다. 조선의 과거에서 낸 문제는 정치·경제·사회·문화·국방·외교 등을 망라하지만 정몽주, 조광조, 이황, 윤선도, 이익상, 송시열, 박세당, 임영, 정약용 등 조선을 대표하는 엘리트 관료들의 답변 속에는 번뜩이는 식견과 국가·사회에 대한 헌신의 마음 등이 녹아 있습니다. 과거 답안인 시권을 통해 위로는 임금이 올바른 정치를 할 수 있도록 소신껏 조언하고 아래로는 민본정신을 바탕으로 백성을 위해 진력하고자 했던 당시의 시대상과 유교적 이상에 바탕을 둔 인문정신의 창조적 발현을 엿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