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에서 범람한 피가 혈관을 지나갈 때, 계기판의 바늘이 회전하는 일과 거리에서 군상들이 침묵하는 일과 바퀴살이 구르며 사라지는 일이 어떻게 한 몸에서 동시에 일어날까. 어떤 힘이 몸안의 사건과 몸 밖의 사건을 동시에 연결시킬까. 한세정 시인은 태양의 빛줄기를 수혈하고 몸 밖의 호흡에 끊임없이 관통당하면서 그 힘으로 제 몸안에 과녁을 키운다. 그 힘으로 가로수는 "지구 반대편에서 서로의 흉곽을 읽어내며", "내 손 안에서 장전된 탄환은 당신의 권총에서 발사" 된다.